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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에는 빵집이 하나 있는데 그 집 케이크를 보는 것은 나의 소소한 즐거움이기도 하다. . 요즘은 참 멋진 디자인의 케이크들이 많지만 난 이곳의 엉성한 디자인이 왜이리 좋은지. . 마지막 사진은 내가 그중에서도 좋아하는 하얀 멍뭉이 케이크인데 친구가 오다가 급브레이크를 밟아 저리되었다.
ㅋ에이크.txt
./ㅋ에이크/도라에몽.jpg
./ㅋ에이크/올라프.jpg
./ㅋ에이크/하얀 멍뭉이.jpg
#0639
./냉장보관 중/lost.jpg
혼자 코웃음을 쳤던 풍경. 냉장 보관 중인 LOST라니. 마치 타로카드의 한 장면처럼 나에게 어떤 암시를 주는 것만 같다. 뭐 그렇게 미련이 많아 냉장보관까지 하고 있나.
냉장보관 중.txt
#0642
./비어있음/CLOTHES.jpg
./비어있음/CUT.jpg
./비어있음/DEW.jpg
오랜만에 간 동묘. 돌아와 사진첩을 들여다보니, 내 눈에 꽂힌 풍경이 이랬나 보다. 세 개의 사진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동묘가 흥미로운 것은 항상 ‘비어 있음’이 있다는 것이다. ‘너는 이슬이다’ 라는 글을 쓴 그 사람의 마음은 아마도 비어 있었을 것이고 쿨하게 그림이 잘려나간 액자는 비어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마지막 나무가 옷을 벗는 자리에 사람의 옷이 쌓여 있는 풍경은 참으로 동묘답다고 생각해서 담았다.
동묘.txt
#0645
./세 개의 십자가/세개의 십자가.jpg
#0652
스으으으웅 수우우우 끊임없이 차들이 아스팔트를 긁고 지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가까워졌다가 멀어지며 부딪치고 부서지면서 수많은 음파를 만든다. 부으으음 주기적으로 들리는 이 소리는 아마도 에어컨의 실외기 소리일 것이다. 츠으으으으 무언가 물이 빠지고 흐르는 소리. 부우우움 다시 웅장하게 숨을 쉰다. 탁. 방금 바람에 블라인드가 한 번 벽에 부딪혔고 순간 나의 신경이 창가로 고정되어 저 멀리 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들었고. 똬아아 똬아아 똬아아 재난 경보가 시끄럽게 울린다. 지금 이 곳이 재난 가운데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정부는 태연하게 졸고 있는 나의 정신을 깨운다. 용산구 33번 확진자가 어디를 들렀는지 그리고 어디로 이동했는지, 나는 궁금하지 않다. 보통 이런 메시지는 날카롭게 내 정신을 때리고 금방 지나치기 일쑤였다. 나는 이것을 한 번도 제대로 확인해 본 적이 없었다. 그 사실에 흠칫 놀라며 한 번 확인해본다. 손해 볼 건 없으니까. 21:37 타 지역->자택 귀가. 고양시 57번 환자 접촉. 11:50 자택에서 타지역.....이걸 피할 수 있을까? 의구심에 빠밤! 경적 소리가 울리고 기타 소리 오토바이가 거칠게 도로를 긁으며 지나간다. 날카롭게 내지르는 소리 한 번, 그리고 다시 삑 하는 소리에 도로에 긁힌 수많은 자국을 생각했고 얼마 전 도로 위에 쓰러져 있던 남자를 생각했다. 수많은 재난경보음과 도로를 긁는 자동차 바퀴 소리가 내 몸을 한 번 울리며 아무렇지 않게 그 곳을 지나쳤다. 다시 블라인드가 벽을 한 번 때린다. 탁.
소음.txt
#0813
./쉬는 새/쉬는 새.jpg
./쉬는 새/쉬는새.jpg
혼자 앉아 쉬는 새를 보면 나도 잠깐 멈춰서 멀끄러미 보고 있다. 저 새는 이제 어디로 날아가야 하나 고민 중인건가?
쉬는새.txt
#0650
./액자의 뼈/액자의 뼈.jpg
액자의 뼈가 차곡차곡 쌓여 있다. 언젠가 맞는 귀퉁이를 찾아 벽에 걸리겠지.
액자의 뼈.txt
#0649
봉천동에 잘 들르는 옷수선집이 있다. 가격도 저렴하고 아주머니 솜씨도 좋아 멀어도 들르게 되는 집이었다. 코트를 맡겼는데 오랫동안 연락이 없어 전화를 걸었다. 아무도 받지 않아 직접 가게로 갔더니 문은 닫혀 있었고 옆 가게 문을 두드려 언제 수선집이 여는지 물어보았다. '그 사람 죽었어' 어느 날 눈이 안보이더래, 그래서 병원을 가서 약을 먹고 좀 나아지는 것 같더니 이번엔 다른 쪽 눈이 안보이더래. 큰 병원에 가니 신장이 안좋대. 수술을 들어갔어. 그러다 심장쇼크가 와서 그거 전기 충격으로 다시 살려냈는데 환자가 의지가 없더래. 눈을 떴다가 다시 눈을 감더래. 그냥 죽고 싶어하더래. 그래서 그냥 죽었대. 집이 사정이 안좋았대. 집에 간 적이 있는데 쓰레기가 가득 차 있더라고. 원래도 가난하긴 했는데 집 산다고 돈 다끌어 모아서 집 샀는데 이자도 감당하기 힘들고 그게 계속 불어나고 딸이 두 명 있는데 둘 다 그 빚 갚느라 거지 되고. 계속 그 상태였던거지. 그 이야기를 듣고 잠시 그곳에 멈춰 서 있었다. 창 너머 테이블 위에 놓인 코트는 팔 한쪽이 뜯겨 있었다.
어떤 이야기.txt
#0812
./오옐로우!/오옐로우!.jpg
가끔 걷다보면 그냥 감각적인 풍경이 있다. 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내가 연출한 게 하나도 없다. 컵은 저렇게 놓여 있었고 빛은 저 정도로 들어오고 있었다. 오! 하게 하는 풍경은 생기를 준다.
오옐로우!.txt
#0647
./의자 훔쳐가지마세요/의자 훔쳐가지마세요.jpg
동네 산책중에 처음에는 저게 뭔 풍경인가 했다가 약간 서글픈 풍경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저기에는 창이 있는 곳이니 저 간격만큼은 주차하지 말라고. 서울이라는 도시는 어디에나 저런 풍경이 보인다. 골목은 자기방어의 흔적들로 가득하다.
의자 훔쳐가지마세요.txt
#0643
./이름모를 풀/이름모를 풀.jpg
친구가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한다고 지렁이를 사왔었다. 지렁이를 한 웅큼 흙에 심고, 이것저것 먹다남은 야채찌꺼기를 그 흙에 또 심는다. 그러면 우리가 남긴 음식이 지렁이의 먹이가 되고 또 좋은 흙을 뱉어내고.. 어느 날 그 화분에 풀이 돋아났다. "이게 무슨 풀일까?" "몰라 자라봐야 알 것 같은데" 그새 또 씨앗이 발아하여 풀이 돋아났다. 그리고 또 우린 그것을 먹고...
이름모를 풀.txt
#0641
./잊혀진 시간/잊혀진 시간.jpg
우리 외할머니 집에 가면 벽에 시계가 걸려 있고 저 밑에 저렇게 써있다. . 하루는 내가 궁금해서 물어봤다. "할머니, 11월 11시 25분에 무슨 일이 있었어요?" 할머니는 갸우뚱 하더니 기억이 안난다고 하셨다. . 아마도 365일 아니 1년이 지나 2년이 지나도 계속 저렇게 써있겠지? 정말 이상하지 않은가. 그날은 아마도 정말 특별한 날이었을 수도 있고, 그냥 별 볼일 없는 약속이었을 수도 있다.
잊혀진 시간.txt
#0640
./조각햇빛/고양이.jpg
고양이 한 마리 한 겨울 조각 햇빛 맞겠다고 웅크려 앉아있다. . 새로 이사 온 집은 해가 잘 안 들어 나도 종종 빛을 따라 움직인다. 나름 능동적인 태도다.
조각햇빛.txt
#0638
./춤추는 벽돌/춤추는 벽돌.jpg
바람이 불 때마다 출렁출렁
춤추는 벽돌.txt
#0651
./파주아저씨/파주아저씨.jpg
이상한 우연으로 아저씨를 알게 되었다. 작업에 필요한 '죽은 나무'를 찾아야 했고 아저씨 집 마당에 그 나무가 있었던 것이다. 불편할 수 있는 제안에도 흔쾌하게 응해주셨고 홍시와 믹스커피도 주셨다. 요즘 같은 시대에 아무 조건없이 무언가를 준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그날 아저씨는 참 많은 것을 줬는데 사업하다 망한 얘기, 여동생이 도와 준 얘기, 늦게 얻은 막내 딸 얘기, 한 곡조도 뽑아주시고. 받기만 한 하루였다. 요즘 사람들의 표정을 보면 툭 건드리면 울 것 같고, 툭 건드리면 화낼 것 같다. 나도 그게 뭔지 안다. 가끔 툭 건드려서 울컥할 때 파주아저씨를 생각한다.
파주아저씨.txt
#0644
./할머니와 딸기/할머니와 딸기.jpg
딸기 먹고 싶다 하셨는데, 그새 잠드셨다.
할머니와 딸기.txt
#0653
./해보고 싶은 것/미니집.jpg
./해보고 싶은 것/미니집학교.jpg
해보고싶은 것이 있는데 '미니집' 만들기이다. 서울 땅값이 너무 비싸 자연스럽게 땅을 사고 집을 짓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찾아보니 미니집 만들기 학교도 있어서 시간과 돈만 어느정도 있으면 해볼만도 할 것 같다. 한 사람이 필요한 공간이 그리 많은 것 같지 않다. 필요한 물건도 그렇다. 근데 참 어이없게도 그게 힘들어 다들 난리다.
해보고 싶은것.txt
#0648
./호밀밭님에게/호밀밭님에게.jpg
호밀밭님. 난 사실 이사람을 만나 본 적이 없다. 근데 외로워서, 온라인 상으로 서로 카드 써주기 이벤트를 신청했고 내 짝이 '호밀밭'님인 것이다. 나는 그 사람이 웹에 남긴 흔적을 통해 그 사람을 상상했고 그 사람이 무슨 색을 좋아할 지도 상상했다. 완성된 연하장은 호밀밭에, 호밀밭님과 아끼는 존재들이 함께 있고 멀리 해가 떠오르는 풍경이다. 카드를 쓰며 상상하는 동안 좀 덜 외로웠다.
호밀밭님에게.txt
#0654
./화분지정구역/화분지정구역.jpg
동네를 걷다가 나도 모르게 시선이 간 풍경. 주차구역을 이리저리 구획하다가 남은 짜투리 공간에 화문이 떡 하니 놓여있다.
화분지정구역.txt
#06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