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깊은 숲에서 굶주린 이리를 만나게 되었어요. 그는 체념하며 목을 내 어주는 대신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달라 씨불이기 시작했습니다. 실은 시간을 끌 어 이리를 꾀어내 살을 바르고, 뼈를 고고, 내장을 우려 먹을 꿍꿍이였죠. 이제껏 깨나 그래 왔듯이. 하지만 수작을 다 부리기도 전에 이리는 입부터 물어뜯기 시 작해 온몸을 모조리 먹어 삼켰어요. 다만 양쪽 귀만은 남겨두고 애초에 그 자리 에 없던 것처럼 심드렁히 사라졌습니다. 이제부터 그의 귀는 깊은 숲에서 귓술을 기울인 채로 뭐라도 말하려는 양, 그저 들리는대로 들을 따름입니다. 나는, 듣는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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